오늘은 에코의 세계와 의사소통 세번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에코의 세계와 의사소통 세번째
그리하여 형식적 혁신과 기존형식의 거부를 통해 예술가는 두 가지 차원에서 움직인다. 그는 형식체계를 거부하지만 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형식 안에서 스스로를 소외시키고 형식의 자기파괴적인 경향을 철저하게 이용함으로써 내부로부터 형식을 변형시킨다. 다른 한편 그는 질서 정연한 조직이 아니라 무질서한 가설 위에 기반을 둔 새로운 문법을 정식화시킴으로써 세계를 있는 그대로,즉 위기에 가득 찬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이와 같은 형식 개념은 루카치(G. Lukacs)와 같은 리얼리즘예술옹호자들이 주장하듯이 에코가 옹호하고 있는 아방가르드 예술작품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대체 이러한 예술형식을 통해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가?
에코는 여기서 보듯이 헤겔(G. W. F Hegel)과 마르크스(K. Marx)의 소외 개념을 빌려 이에 답하며, 이를 통해 예술의 사회적 참여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헤겔에 의하면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신을 대상화시킴으로써 그자신 스스로를 소외시킨다. 다시 말해 그는 사물의 세계와 사회적관계 속에 스스로를 소외시킨다. 왜냐하면 그는 생존과 발전의 법칙에 따라 그러한 것들을 만들었고 또 거기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마르크스는 여기서 헤겔이 외화(外化 혹은 대상화)와 소외를 분명하게 구분하지 못했다고 헤겔을 비판한다.
즉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연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면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다. 이러한 대상화와 달리 인간은 스스로 창조한 세계의 메커니즘이 인간에 대해 지배력을 갖게 됨으로써 인간이 스스로 창조해 낸 사물들 혹은 세계를 인간 자신의 창조물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물들의 노예가 된다. 즉”상품형식의 신비는 상품형식이 인간들 자신의 노동의 사회적 성격을 노동생산물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서, 이 사물들의 사회적 본성으로서 뒤집어 반영한다 …….
따라서 이러한 전도를 통해 인간들 자신의 특정한 사회적 관계가 사물들의 관계형식을 취하게 된다.” 따라서 인간 특유의 활동인 노동이 인간에게 대립되는 객관적인 어떤 것이 됨으로써 인간은 스스로의 생산물로부터 소외되는 것이다.그러나 에코는 현대의 문화는 마르크스가 살던 당시와는 완연히다른 산업발전 단계에 있기에 마르크스를 매개로 한 헤겔의 재독해를 얼마든지 가능하게 해 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마르크스가 취했던 방식보다 더 구체적인 헤겔 읽기를 택한다. 우선헤겔이 두 종류의 소외를 구분하지 못한 것은 사실상 인간이 창조해온 사물들 속에서 그리고 그가 변형시켜 온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대상화시키는 그 순간 불가피하게 긴장, 즉 대상에 대한 지배와 동시에 대상 속으로 용해되어 버려 대상에의 전적인 자기 양도라는 양극단의 긴장을 하나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마르크스가 대상화는 본질적으로 불가피한 과정인 데 반해 소외는 극복되어야 할 상황으로서 역사적으로 공산주의를 통해 궁극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보는 데 반해, 에코는 사랑을 할 때이든 사회에서든 혹은 산업구조내에서든 소외는 인간이 타자나 사물들과 관계를 맺을 때마다 생겨나는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본다. 그렇다고 소외가 인간의 기본조건인실존적인 상황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타자 속에서 자신을 재발견하는 이러한 대상화는 언제나 많든 적든 일종의 소외를 함축하므로 대상화는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동시에 되찾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소외는 이제 더 이상 특정한 사회구조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인간과 대상, 인간과 사회, 인간과신화, 인간과 언어 등 모든 관계에로 확대되며, 특히 현대 산업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가? 현대인에게 소외는 마치 우주 비행사들이 느끼는 무중력 상태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면서 새로운 자율성을, 새로운 형태의 자유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소외속에서 산다는 것은 그저 묵묵히 소외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말하는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관계를 받아들이며, 이러한 관계를 명료하게 드러내 주고, 이러한 관계 속에들어 있는 마비효과를 파괴해 버리도록 관계들을 분석해 나아감으로써 그러한 관계들을 끊임없이 탈신비화시켜 나가는 것이다.에코는 이러한 소외문제가 예술의 차원 혹은 준예술적 영역에서도 나타난다고 진단한다. 시에 있어서 각운의 규칙은 하나의 관습으로 다듬어져 내려오는 것인데 에코에 의하면 이 각운체계는 한편으로 붕대가 달리는 사람으로 하여금 발을 삘 걱정 없게 해 주는 반면,발목이나 무릎의 움직임을 규제하듯이 시인을 해방시켜 주는 동시에 규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