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종합추리로서의 상정논법과 그 정당성 근거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종합추리로서의 상정논법과 그 정당성 근거
퍼스에게서 과학이란 앞서도 지적했듯이 어떠한 학설체계라기보다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과학적 방법이란 신념을 확립시키거나 우리의 문제에 대한 답을 얻는 특별한 방식을 말한다. 그러므로 비록 그는 세계가 과학이론들이 묘사한 것과 똑같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 있어 과학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열쇠였다. 이러한 과학에 흠뻑 매료된 눈을 가지고 있던 퍼스는 수학과 함께 논리학에 대한 연구에 몰두하여 그 자신의 귀납논리와 연역논리 체계를 확립했다고 자부한다.
특히 그의 프래그머티즘은 스스로상정논법(abduction)의 논리학이라고 부를 만큼, 다시 말해서 프래그머티즘의 문제를 고려하다 보면 의당 그것은 상정논법의 논리에 관한 문제라고 할 만큼 상정논법에 관한 그의 연구는 그의 철학, 특히 논리학에 대한 귀중한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과학적 방법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았던 인식(cognition)의 다양한 차원들을 퍼스는 과학적 방법을 이루는 바탕의 일부라고 보았다. 인식의 다양한 차원들이란 다름 아닌 역사성, 사회성, 관심, 미덕들, 형이상학적 가정들 등을 말하며, 이 다양한 특징들이 우리의 인식적인 삶을 통합시키면서 과학적 방법들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퍼스에게서 주목할 만한 점으로서, 그는 본능(instinct)을 과학적 탐구에서 중요한 위치로 부각시키고 있다.
즉 사회적 관심사나 개인적인 관심사 두 가지가 다 과학적 탐구(inquiry)에서 중요한 추진력이 될 수 있듯이 본능이 과학적 탐구의 상정논법적 국면에서 아주 결정적이고 중요한, 결코 무시될 수 없는 역할을하고 있다고 본다. 본능을 이렇게 과학적 탐구의 중요한 일부로 보는 이 생각은 그의 수학적, 존재론적 형이상학의 연속주의, 특히 수학의 무한소 개념이 인식론에 적용된 –논리적인 의미에서 – 종요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귀납은 추론자가 이미 하나의 이론을 주장하는 데서 시작된다. 즉 퍼스에 의하면 귀납은 이전의 상정논법에서 결과 된 하나의 가설과연역에 의해 이끌어진 가능한 실험들의 결과들에 대한 예측으로부터 시작해서 실험을 거친 후에 그 가설이 저 예측들을 확증하는 정도만큼 참이라는 논법이다. 다시 말해서 귀납의 결론은 언제나 사전에 상정논법으로 떠올렸던 가설들이다.
퍼스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 상정논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나는 터키지방의 항구에 내린 적이 있다. 내가 방문하기로 한집에 걸어가고 있을 때 나는 머리 위에 덮개를 쓰고 네 명의 기수에 둘러싸여 말 등에 앉아 있던 남자를 만났다. 내가 생각하기에이 지역의 통치자만이 그러한 영예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바로 이 사람이 ‘그’라고 추리했다. 이것은 하나의 가설이었다.”
퍼스는 물론 그 머리에 쓴 덮개가 통치자를 구별하는 관례적 기호였음을 몰랐다. 그래서 그는 일반적인 규칙을 창안 혹은 가정한 것이다. 상정논법은 이렇게 가설을 채택하는 것으로서 바로 이 가설을 채택하는 과정에 추리적 과정을 포함한다. 이때 채택된 가설은물론 실험적으로 확인되는 결과들로부터 귀납에 의해 테스트되어야만 한다는 의미에서 시험적(probational)이다. 다시 퍼스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상정논법은 문제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는 가설을 형성하는과정이다.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논리적 조작이다. 이에 반해서 귀납에 의해서는 하나의 가치가 결정될 뿐이고 ……. 연역에 의해서는 가설의 필연적 결과를 전개시킬 뿐이다. 따라서 연역이 어떤 것이 있어야만(must be)함을 증명한다면,귀납은 어떤 것이 실제로 작용하고(actually is) 있음을 보여 준다.반면 상정논법은 그저 어떤 것이 그럴지도 모른다(may be)고 제시할 뿐이다 ……. 내가 찾아본 한 거기엔 특별히 주어질 만한 이유가 없다. 아니 이유가 필요가 없다. 그것은 단지 제안을 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정논법의 과제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전(全) 가설들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부분을 한정하도록 결정하는 일, 결정을 제안하는 일이다. 즉 상정논법은 조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가설들을 결정하고 역추법(retroduction) –초기에는 상정논법과 따로 분리시키지 않았다 –은 실제 이들 가설들을 테스트해 보면서 쓸모없는 것들을 제거해 나간다. 그런데 이때 제안은 퍼스 스스로도 말하고 있듯이 어떤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런저런 추정을 해 보는 것(presumption)이요, 그렇기에 익히 알던 지식을 넘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급해 주는, 과학적 지식의 확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종합적인 추리이다.
그런데 과연 사전에 어떤 정밀한 분석이나 평가도 없이 어떤 예상들은 빼고 다른 것들은 좀 더 주의를 기울일 만하다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며, 특히 어떻게 그 타당성을 가질 수 있는가?여기에 대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학문, 그증에서도 엄격성과 필연성의 학으로서의 논리학, 추리에 대한 견해와는 놀랍게도 다르게 퍼스는 흥미로운 대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