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예술: 에코 기호학의 출발점

현대예술: 에코 기호학의 출발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현대예술 에코 기호학의 출발점

1. 현대예술: 에코 기호학의 출발점

1956년 에코는 그의 박사학위논문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을 출간한 이후 많은 미학관련 글들을 발표하였다. 그중에서도 1958년부터 발표한 논문들을 묶어 1962년 발표한 「열린 예술작품』은 이탈리아 아방가르드 선언서라 할 수 있을 만큼 현대문학과 예술 그리고 현대의 새로운 문화 일반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그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스승 루이지 파레이손(Luigi Pareyson)으로부터 받은 미학 제반에 관한 문제들 때문이기도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에 대한 연구와더불어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의 접촉–특히 그 자신이 회원이었던 63그룹– 때문이기도 했다.

『열린 예술작품』에서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예술의 ‘열림’ 혹은 ‘개방성(openness)’이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60년대 중반부터 현대문학이론의 주요 주제로 논의되어 온 두 가지 주장, 즉 예술에 있어서 의미의 복수성 또는 다의미성에 대한 주장과 독자의 역할에 대한강조, 즉 문학의 해석과 반응에 있어서 독자와 텍스트 간의 수용미학적상호작용에 대한 강조를 이미 예견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예술과 매스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현대의 문화와 같은주제들은 그가 이후 기호학으로 완전히 선회한 후에도 줄곧 중요한 문제의식으로서 등장하게 되는 것들이다. 에코는 「열린 예술작품』을 쓴 이후 구조주의 사상을 접하게 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기호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1972년 이작품을 불어로 번역하면서 이 작품의 일부 –‘시어 분석’, ‘열림, 정보, 의사소통’ –를 구조주의 노선에 따라 수정을 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으로 보겠지만 이 책에서 에코는 예술작품이 지니고 있는미학적 함의보다는 예술적 의사소통의 복합적 측면에 의존해 예술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끌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입장은 후일까지 계속되는 독특한 에코의 예술 읽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 스스로도 『열린 예술작품』에서의 예술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호학에 대한 관심이 촉발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이 저서는 현대의 문학, 음악, 미술 등 예술의 기호분석에 대한 하나의 가설적인 모델이라고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저서에 이미 후일 그의 기호학이론에서 핵심적 의미를 갖는 몇몇 요소들이 맹아적인 형태로 들어 있고 또 그의 기호학 이론을 집대성해 놓은 「기호학 이론』(1976) 역시 미학적의사소통과정의 일반적 모델과 예술작품의 구조를 제안하고 있다는면에서 비록 「열린 예술작품』 이래 에코의 사고는 다양하게 발전해가고 있지만 기호학적 선회와 그 이전, 즉 후기저술과 초기저술 간에는 뚜렷하고 본질적인 연속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 장에서는 그의 예술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해서 기호학적 테마들과 연관되는가, 이 작품의 중심주제인 ‘열림’의 시학이 어떻게 해서 기호학과 해석학으로 옮겨 갈 수밖에 없는가, 특히 훗날 스스로 『기호학 이론』과 『기호학과 언어철학』은 퍼스(C. S. Pierce)의 무한 기호작용을 정교하게 다듬은 결과라고 말하고 있을 만큼 퍼스의 영향력은 절대적인데, 그의 ‘열림’의 철학이 어떻게 퍼스의 무한 기호작용(unlimited semiosis) 개념을 이미 선취하고 있는가를 보여 주고자 한다.

2. 세계와 의사소통

『열린 예술작품』은 논쟁적인 저술로 60년대 초 이탈리아 학계를지배하고 있던 크로체(B. Croce)의 관넘론적 미학과 정면으로 맞서있다. 크로체는 예술을 순수한 정신적인 현상으로 보고 예술가의 순수한 직관이 표현된 것을 예술이라고 본다. 따라서 형식은 단지 예술가의 직관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극에 불과한 물질적인 매체에 불과하다. 이에 맞서 에코는 예술이 형식임을내세우고 있다. 형식이란 유기체를 의미하는바, 즉 그 자신의 법칙에 의해 지배되고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며 하나의 생명을 가지고 있는 물질성을 띠고 있는 유기체이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 형식은 예술작품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어쩔 수 없이 뒤따르는 한낱 부수적인물질이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물리적인 형태를 띨 수밖에 없는 형식은 그 부수적인 위치를 벗어나 예술작품에서 중요한 위치를 획득할 수 있는가?에코가 보기에 중세의 세계는 미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서 사물의 영원한 본질을 잡으려 했던 시기이다.

우주는 고정되고 사전에 미리 규정된 위계질서를 이루고 있다. 즉 봉건사회로서 군주/봉신(영주인 동시에 기사)/농노라는 게르만적 계급구조를 특징으로 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계급질서를 철학적으로 정당화시켜 주는 개념실재론 (realism), 즉 보편자(universal)의 실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오래도록 우세했다. 세계는 신의 창조물이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으니, 그것이 곧 보편으로서 사회의 계급구조를 포함한 질서 잡힌 세계의 창조이다. 그리하여 세계는 다양성 속에서도 조화와 질서, 통일성이있는 세계였다. 그리고 이렇게 조화로운 세계는 신성(神性)의 기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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