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신자의 해석 네번째와 해석의 무한성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수신자의 해석 네번째
오히려 지각적 종합은 대상에 있어서 원근법[하나의 전망(perspective)]에 의해 주어진 측면들–말하자면실제상 주어지고 있는 유일한 측면들 –의 범위를 한정시켜 놓음과동시에 그들 측면들을 넘어서는 어떤 주관에 의해 수행되는 것임에틀림이 없다 (물론 이처럼 어떤 시점을 취하는 주관이란 지각과 행위의 장으로서의 나의 신체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지각된 사물은 예컨대 기하학적 개념과 같이 지성을 소유하고 있는 관념적인 통일체가 아니라 대상을 한정시켜 놓고 있는 어떤 일정한 양식에 따라 서로 뒤섞여 있는 무수한 전망, 원근법적 시선들의 지평에 대해 열려있는 하나의 총체성이다. 즉 세계를 바라보는 여러 전망의 속성상종합은 이루어질 수 없다. 왜냐하면 각각의 전망은 자체의 지평을통해 서로 다른 지평을 가리키므로 어디까지나 열려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각 법칙은 천성적이거나 생래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지각법칙은 문화유형을 반영하며, 수행심리학자인 캔트릴(H. Cantril)의 말을 빌리면 획득된 형태, 즉 선호도와 관습, 확신과 정서의 체계로써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적-사회적- 역사적 맥락에 따라 이러한 체계를 교육받게 된다.
따라서 음악–음악뿐만아니라 여타의 예술 형식들도 -은 하나의 보편적 언어가 아니며,우리가 특정한 해결책을 선호하는 경향은 우리의 감수성이 이제까지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음악문화의 맥락 안에서 훈련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정한 음악문화에서는 전혀 예기치 못한 것으로 간주되는 음도 다른 문화에서는 진부하리만큼 너무나 당연해 보일 수도있다. 결국 하나의 음조체계의 수용은 사회적인 맥락 속에서 학습될 수밖에 없는 하나의 조직 행위이다.에코는 위의 논의들을 바탕으로 해서 다음과 같이 ‘열림’을 두 가지로 규정하고자 한다. 1. 심리학적으로 말해서, 미학적 즐거움은 모든 인식과정의 특징인 통합 메커니즘에 의존하며, 이것이 일차적 열림이다. 2. 현대 시학은 미학적 즐거움을 어떤 형태의 최종적 인식,완벽한 인식에서 찾기보다는 하나의 형태에서도 끊임없이 변하는가능성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그런 열린 과정에서 찾는다.이것이 이차적 열림이다.
여기서 에코가 말하고 있는 이차적 열림이란 곧 메시지가 전달하는 일정한 양의 정보가 오직 수용자의 반응과의 관계에서만 가치를갖게 됨을 의미한다. 결국 지각과정은 일종의 참여로서 대상이 수용자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지각표상은 지각과정에서 수용자가 다양한 자극의 장에서 골라낸 유용한 정보에다 많건 적건 잉여적 성격을 부가해 조직화해 낸 감각적 현상이 일시적으로 고정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수용자는 하나의 표준적인 이해의 기준과 판단의 기준을 수동적으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에코의 수용자의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심리학적, 현상학적 근거들은훗날의 문화적 문맥에 따른 백과사전적 해석과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그의 기호학에서 중요한 개념의 싹이 초기부터 윤곽 지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에코의 분석은 사실상 현대의 매스미디어 문명에 따른 문화의 지각변동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현대 예술들은 예술과 대증 간의 관계에서 일어난 변동들, 예를 들면 벤야민(W.Benjamin)이 지적하듯 기술의 발달에 따라 무한한 기계적 복사가 가능함으로써 생겨난 문화적 향유 수단의 민주화라든가 다양한 시청각 매체의 발달에 따른 수신자의 직접적인 반응들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유례없는 매스미디어 문명 속에서 대중은 과거의 전통적인 예술에서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작품의 실현과정에 협력하고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에코는 현대예술이 우리로 하여금 특정한 유형과 도식을 끊임없이 파괴함으로써 감각과 사고의 차원에서 잃어버린 자율성을 재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자 한다.
2. 해석의 무한성
에코는 反크로체주의자이자 자신의 튜린대학(University of Turin)지도교수였던 루이지 파레이손의 철학적, 미학적 영향을 상당히 받고 있는데, 특히 예술의 형식에 대한 견해에 있어서는 그 영향력이뚜렷하다. 1972년 『열린 예술작품』의 제2판 서문에서 에코는 자신이 얼마나 루이지 파레이손의 형식형성 개념에 기대고 있으며, 그의해석 개념이 없었다면 열린 예술작품이라는 개넘마저도 불가능했으리라고 밝히고 있다.
1절에서도 보았듯이 에코는 그의 스승을 따라 예술작품을 형식으로 보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행위는 지적 수준에서든 아니면 도덕적 수준에서든 또는 예술적 수준에서든 형식, 즉 그 자신의 논리를 가지며 어엿하게 제 모습을 갖춘 유기적이고 자율적인창조물로서의 형식을 낳는다. 그가 볼 때 모든 형식이 만들어지는 대상에 따라 요구되는 생산규칙을 발견하는 그런 발명 행위라는 점에서 모든 인간의 작업은 본질적으로 예술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