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의 무한성 두번째

오늘은 지난 시간과 이어서 해석의 무한성 두번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해석의 무한성 두번째

해석의 무한성 두번째

그런데 이러한형식을 생산하는 과정에 예술적 요소가 들어가게 되면 예술작품을그 밖의 다른 형식과 구분해 주는 자율적인 예술 원리가 존재해야한다. 이 자율적인 원리가 무엇인가? 에코와 파레이손은 모든 사고행위가 언제나 윤리적 참여와 탐구열 그리고 이 탐구를 이끌어 나가그 결과를 통합할 수 있는 예술적 감수성을 수반하듯이, 예술적 행위도 도덕–일련의 구속력 있는 법칙들이 아니라 예술을 하나의사명과 임무로 만들어, 형성적인 행위가 작품의 법칙 외에 다른 법칙을 따를 수 없게끔 해 주는 참여로서의 도덕 -과 감정 –예술의배타적인 구성요소가 아니라 예술적 참여과정에서 띠게 되는 정서적 색조로서 –그리고 지성 –작품을 조직화하는 것을 통괄하는 계속적이고 의식적인 비판적인 판단으로서 – 을 수반한다고 본다.

이점에서 에코는 예술을 어떠한 감정에 대한 직관으로 보면서 도덕이나 지식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는 크로체의 예술관과 다르다. 그러면무엇이 예술을 예술이 아닌 활동과 구분하게 해 주는가? 에코는 파레이손을 따라 예술창조과정에서는 개인의 모든 활동이 한결같이순전히 형식적인 의도를 지닌다는 점에서 예술은 인간의 여타의 창조행위와 구분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문학연구를 독자적인 기반

위에 세우려는 체계를 시도하면서 문학연구를 자율적이고 특수한분야로 만든 최초의 운동으로서의 러시아 형식주의의 목소리에 가깝다. 그리하여 형식주의자들은 이러한 구분의 분기점으로서 소원화라는 형식을 제시함으로써 형식과 내용이라는 구분을 버리고 형식에 새 기능을 부여한다. 파레이손과 에코 역시 내용, 소재 그리고형식이라는 용어와 관련된 모든 논쟁이 무용함을 주장하면서 예술은 곧 형식임을 주장한다. 예술은 형식적 구조를 통해 세계를 인식한다. 그러나 이를 순전히 형식주의적인 관점에서 보아서는 안 되며,오히려 구조는 진정한 내용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예술작품은 하나의 형식으로서 이전의 다양한 경험들, 즉 이념, 정서, 행동의 성향 소재, 조직화의 블, 주제, 주장 등이융합되어 있는 유기적 전체이다. 따라서 예술가가 ‘형식을 형성’하려고 애쓰는 과정 자체도 곧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예술작품은 작품을 형성하려는 노력에 대한 전체 이야기로서, 작품의 전면모를 드러내는 과정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즉 형식은 완성되어 총체적인 모습을 띨 때까지 계속 진행되는 과정과 분리될 수 없다. 그런데 에코에 의하면 형상화 과정의 정점인 형식은 동시에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해석과정 출발점이 된다. 여기서 파레이손을 따른 에코의 형식 개념이 열림의 개념과 만나게 된다. 비록 형상화과정의 산물로서의 형식은 형식형성 과정이 끝나면 완성되지만, 형식 자체는 무수히 많은 다양한 해석에 열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형식이란 정적인 숙고(contemplation)가 아니기에 이 형식형성과정을 재음미하는 것, 다시 말해 운동 중인 형식을 재포착함으로써만 그 형식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가능하다.

그리하여 숙고의 경우에는 단지하나의 해석이 내리는 결론을 따를 뿐인 데 반해 해석한다는 것은생산자의 관점을 추정해 보고 그의 작업에서 그가 실마리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선택하는지, 작품의 내적인 일관성은 무엇을 원하고있는지를 재음미해 보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해석자(수용자)는 단지 작품을 완결된 완성태로서 받아들여 거기에 지배되는 것을 거부하고 작품이 창작되는 출발점에 자신을 위치시키면서 작품의 의미를 재포착하게 된다.

따라서 연기뿐 아니라 번역, 한 작품을 다른 매체로 옮기는 작업,미완의 작품이나 훼손된 작품을 재구성하는 일, 그리고 심지어 연기하는 도증에 행하는 작품에 대한 개조 등이 모두 해석행위이며, 하나의 작품에 대한 단순한 독해와 비평적인 판단 사이에는 어떤 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복잡성이나 참여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이와 관련해서 3절에서 이미 각각의 수신자, 곧 해석자의 태도와 정신구조 망과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음을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예술가는 필연적으로 작품 속에 구체적인 자신의 경험과 내적인삶, 정신세계,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반응, 자신의 생각, 습관, 느낌, 이상, 신념과 열망 등에 형식을 부여한다. 그리하여 작품을통해 예술가의 구체적인 개성과 해석자의 구체적인 개성이라는 양극성이 만남으로써 해석은 무한하게 되며, 바로 이러한 해석의 무한성 속에서 예술작품의 영속성 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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