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약호 code 세번째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약호 code 세번째
그러므로 약호는 상호관계로서 동치관계일 뿐만 아니라 추리의 체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진정한 약호는 사실 하나의 표현을 일련의문맥적 지시에 상호 관련시키면서 추리적 과정, 즉 해석의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심지어 약호를 발명하는 것은 추리의 과감한 형식, 즉상정논법 형식을 띤다. 의심할 여지 없이 백과사전 개념이 약호의개념보다 더 유연하며 텍스트들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능력들을 더 잘 기술한다. 그러나 결국 뒤에서 보겠지만 사전이 사실상 백과사전적 특질을 지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등과 추리 사이에 뚜렷한차이가 없으므로 -동등 역시 준자동적 추리이므로– 약호와 백과사전은 그들의 내적 구조라는 면에서 볼 때 서로 판이하게 다른 것이 아니다. 양자 모두 복잡한 준동치들의 그물망이자 어느 정도 적절하고 구속적인 지시들의 그물망이다. 다만 백과사전은 다른 지시들 중에서 프레임과 스크립트, 토픽들 등을 포괄하고 있다는 면에서 약호 개념과 다르다.
2. 기호의 인식론적 본성
오늘은 기호의 인식론적 본성에 대해서 이어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해석의 추리적 성격
앞에서 보았듯이 에코는 기호를 퍼스의 정의에 따라 어떤 것을 대신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또한 해석되어야만 하는 어떤 것으로 본다. 에코에게 있어서 해석가능성(interpretability)이라는 이 기준은 하나의 주어진 기호로부터 출발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기호작용의 전 우주를 망라하게 해 준다. 나아가 이 해석가능성 원리는 추리적 모델(p ⊃q)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연기호들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동치 모델(model of equivalence, p =q)에 기반을 두고 있는 언어기호들에도 적용된다. 즉 어떤 것(피정의 항)을 정의하고자 할 때(정의 항)조차 어떤 해석적 과정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사람/을 이성적이나 죽음을 면치 못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할 때 ‘이성적’, ‘죽음을 면치 못하는’, ‘동물’ 각각은 여러 가지 다른 의미로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므로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
좀 더 해석적인 경향이 강한 자연기호들을 보자. 우리는 연기를보면 불이 났었다는 사실을 이끌어 내거나 혹은 추리한다(infer). 마찬가지로 땅이 젖어 있는 것을 보면 비가 내렸으리라고, 모래 위에발자국이 나 있는 것을 보고 어떤 동물이 지나갔을지 모른다고 추리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바로 이러한 수많은 추리작용 혹은 추리행위로 가득 차 있다.
에코는 모든 추리행위가 기호적 행위라거나 모든 기호행위적 과정이 추리작용을 내포하고 있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기호작용행위라고 보아야만 하는 추리작용(행위)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이전의 철학이 곧잘 의미작용과 추리를 서로 관련시켜 온 것은 결코우연이 아니다. 그 외에도 환자의 얼굴에 빨간 점들이 줄줄이 있는것을 홍역이라거나 어떤 특정한 병으로 관계 짓는 의학적 증상들,범죄 증거, 기상보(고기압, 저기압의 형태로 보고하는) 등등에서 모두 추리가 행해지고 있다. 폐허를 보면 마찬가지로 우리는 고대의장엄함이나 인간 거주지, 과거의 번영하였던 무역 등을 추리할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다음과 같은 문장을 가정해 보자.
“그녀는 도장을 찍었다.” “그는 김일성을 만났다.”
전자의 문장이 가정법원에서 일어난 경우를 묘사하는 문장이라면이혼을 함축할 수 있고, 후자의 경우엔 그가 정주영이냐 아니면 황석영이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는 김일성을 만난것이 잘한 것인가 범죄적 행위인가 하는 이데올로기적 함축과 의미가 들어 있으며, 이를 파악해야만 문장의 뜻을 명확히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어떤 상황을 알아야만 수신자가 그 메시지를 명확히 알수 있는데, 이러한 애매함을 명확히 하는 것은 그 약호가 어떤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는 한 엄격한 의미에서 해독(decoding)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종류의 ‘해석’을 어떻게 기호학적으로 규정지을 것인가? 오히려 이 경우 /해석/은 이전의 해독에 근거해서 광대한 담론의 부분에 관한 일반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해석/은 여기서 해석학적 논의나 문학, 예술 비평에서 사용하는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인식론적으로, 특히 논리적으로 보면 이런 유의 해석은 추리(inference)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