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퍼스의 상정논법(abduction) 세번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퍼스의 상정논법(abduction) 세번째
이때의 원리는 ‘사실적(factual)’ 혹은 ‘실질적(material)’인 주요원리로서 이는 필연적인 추리 이외의 것을 지배하는 원리이다. 따라서 연상제안도 추리의 주요원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연상을 무의식적 추리라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거기에는 우리가 의식할 수 있는 원리가 있다. 이렇게 퍼스에 따르면 연상(제안)도 어떤 규칙을 가지고 무엇을생각해 내는 추리이다. 퍼스는 연상(제안)의 추리형식, 즉 ‘지각적 상정논법’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 알아보기 쉬운 대상 M은 불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는 통상적
인 술어 P1, P2, P3 등을 지니고 있다. - 제시된 대상 S는 이와 동일한 술어 Pl, P2, P3 등을 지니고
있다. - 따라서 S는 M의 종류이다.
이는 형식상 하나의 가설추리이다. 즉 첫째 전제는 비록 마음속에 습관적으로 들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적인 생각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추리를 무의식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추리에는 추론과 연상제안, 즉 좁은 의미에서의 추리와 넓은 의미에서의 추리가 있다. 다른 한편 이 형식이 추리로서 인지되지 못한다는 점, 즉 결론을 내리면서 어떻게 이러한 결론에 이르는지 모른다는 점에서 무의식적이기는 하다.
여기서 퍼스가 무엇을 추리라고 보는지 알아보자. 퍼스는 추리(Inference)의 본질 혹은 다른 지식의 결과로서 신념을 익식적이고도제한적으로 (조절하며) 채택하는 것을 다음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고 본다.
우선 추리의 첫 단계는 우리가 참이라고 믿지만 추리가 새로운 것을 가정할 때 지금까지 함께 엮어서 고려되거나 결합되어 본 적이없는 어떤 명제들을 함께 결합시키는 것이다. 이 단계를 그는 결합(colligation or copulation: 전제들을 임시적으로 묶는 것)이라고 부른다. 두 번째 단계는 전제의 명제가 지니고 있는 다소 복잡한 면모를고려해 그것의 어떤 특징에 집중하고 그 나머지는 제거함으로써 하나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observation), 마지막으로 어떤 것이 다른 것을 제시할 때마다 둘 다 동시에 마음에 즉각 들어오게 되는데몇몇의 정신적 실험을 해 보면 하나의 아이콘(icon)은 동시에 다른아이콘을 수반한다.
따라서 마음은 단지 전제를 믿는 것으로부터 결론이 참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이끌 뿐만 아니라 이런 판단에 다른것을 –마치 이끌어진 결론이 전제와 관련되듯이 이 명제와 관련된하나의 명제를 수반하는 것처럼 –수반한다(judgement). 따라서 모든지식은 관찰에 의해 얻어지는데 일부는 외부로부터 우리에게 강요되며(떠맡겨지며) 일부는 내부, 마음의 깊은 곳으로부터 온다. 그러므로추리의 세 가지 필수요소는 결합, 관찰, 그리고 우리가 결합한 자료들에서 관찰한 것이 규칙을 따르는 판단으로 이루어진다.
결과적으로 첫 번째 전제의 습관과 두 번째 전제의 자극 혹은 제안, 이 둘의 결합(연상) 덕분에 연상적 반응으로서의 지각적 인식이일어난다. 그리고 퍼스가 볼 때 연상제안은 좁은 의미에서의 추론(reasoning)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의 추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사고는 위의 여러 가지 추리행위들이 동떨어져 분리되어 끊겨 있는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것이다. 사고를 이렇게 연속적으로 볼 때 비로소 퍼스에게서 지식이가설적 특성을 지님을 이해할 수 있다.
결국 모든 인식은 이전의 인식에 의해 추리된 것이며, 사고는 연상(추리)으로부터 의식적인 추론에 이르기까지의 연속적인 과정이다. 여기서 우리는 엄격한 데카르트주의가 인간의 정신(mind)을 의식(consciousness)에 한정시키려 했던 반면 퍼스는 인간의 정신을 넓게 해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즉데카르트주의가 인간의 정신을 제한시켜 결과적으로 인간 정신의불연속을 추구한 셈이라면, 퍼스는 이를 확대시켜 인간의 정신과 마음 작용의 연속성을 보여 주고 있다.
논자는 본능이나 직감과 같은 영역에 대한 이러한 퍼스의 인식론적 해명이 바로 에코에게 문화의 논리를 확립하는 가장 기본적인 근거를 제공해 준다고 본다. 특히 바움가르텐이 미학을 논리적 인식보다 저급의 감성적 인식으로 본 것과 달리 에코가 퍼스의 상정논법을 빌려 문화의 논리를 해명함으로써 문화적인 영역이 지니고 있는 인식도 사실은 과학과 동등한 자격의 인식임을 보여 주고자 한 시도로보인다. 그러나 논자가 보기에 에코 스스로는 이에 대해 자세히 상술하지 않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부분만을 최소한 인용하고 응용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
그러므로 논자는 에코가 퍼스에게 빚지고 있는 근거들, 즉 상정논법의 존재론적 배경뿐만 아니라 상정논법의 정당성 해명을 상세히 제시함으로써 에코의 시도에 대한 부분적인 보완을 해 보고자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신의 작용에 있어서의 연속성에 대한 퍼스의 생각은 단지 그의 인식론 내에서의 특권이 아니다. 이는 실상 그의 존재론으로부터 수학과 과학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 사상을 지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