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 이어서 퍼스의 상정논법(abduction)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퍼스의 상정논법(abduction)
“놀라운 사실 C가 관찰되었다. 그러나 만일 A가 참이라면, C는 당연해진다. 따라서 A가 참일 것이라는 것에는 일리가 있다.”
퍼스에 따르면 모든 인식은 어떤 의미에서 두 가지 기본 종류, 즉 감각(sensation)과 추상[abstraction 혹은 집중(attention)]으로 나뉜다. 우선 감각은 비인식적 느낌과는 다르며, 지각적 판단을 형성하는 과정으로서 이때의 지각적 판단이 곧 지각적인 가설추리(perceptual hypothetic inference)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인식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과정으로서 퍼스는 모든 인식의 원천인 이 과정을 상정논법 과정으로 분석한다. 이에 반해 같은 현상이 서로 다른 경우에 반복적으로 일어날때, 즉 A가 어떠한 성질을 지녔는데, B도 같은 성질을 지니고 C도같은 성질을 지니므로 이 같은 성질에 주의를 집중시킴으로써, 이들은 이 성질을 지닌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처럼 집중은 귀납 행위로서 지식을 증가시키지는 않는 매거(枚學)에 의한 논법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귀납과 상정논법과의 비교가 아니라 상정논법이 지니고있는 특징들과 이 특징들이 그의 다른 사상들, 특히 연속주의와의관련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며, 나아가 그의 기호학과 관련해서상정논법이 그의 해석체 개넘 –이 개념은 특히 현대 기호학에서그의 기호학을 소쉬르와 함께 주요한 두 주류로서 부각되게 하는 무한기호작용을 낳는다–과 맺는 관계, 그리고 현대기호학에 미치는영향을 살피는 것이 목적이므로 가능한 한 논의를 상정논법에 관한 이해로 한정시키고자 한다.
이렇게 모든 지각판단 역시 인식이므로 이전의 인식에 의해 추리되머(조건 지어지며), 이때 지각을 통해 새로운 요소들(술어들)이 사고 속에 들어오게 된다. 이러한 추리과정이 바로 상정논법적 추리(abductive inference)로서 이를 통해 새로운 사고의 원천이 되는 가설이 형성된다. 그리하여 지각적 판단들은 가설을 가장 단순하고 척합하게 나타낸다. 예를 들어 데카르트에게서는 직관에 속했던 ‘이것은 붉다’라는 지각판단은 다음과 같은 의미에서 하나의 가설이다.
1) ‘붉다’라는 용어는본래 어떤 특정 특질들을 지니는 대상에 적용된다. 2) 우리는 주어진 대상이 이러한 특질들 중 일부 혹은 전부를 지녔다고 판단한다.3) 따라서 (가설적으로) 이 대상이 붉다고 결론 내린다. 마찬가지로 ‘이것은 실크이다’라는 판단을 할 때 우리는 암묵적으로 실크라는이름을 시각, 촉각에서의 어떤 특질들(예를 들어 매끈함과 광택)을가지고 있는 어떤 것에 적용하기로 가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특질들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하였으므로 이 천이 실크라고 판단한다. 즉어떤 특정한 특질들을 발견한 것으로 미루어 주어진 대상이 ‘붉다’거나 ‘실크’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는 것이 가설적이다. 이를 추리형식으로 나타내 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특질 1, 2, 3을 지닌 대상을 발견하였다.만일 대상이 붉다면, 1, 2, 3이라는 특질들을 지녔다. 따라서 이 대상은 붉다.
이는 앞서 본 추리형식을 조금 응용한 것으로서 두 번째 전제는 하나의 ‘정의하는 명제’이고, 첫 번째 전제는 정의하는 특질들이다. 그리고 결론은 후건의 긍정에 의해 획득된 가설이다. 독일 심리학자들이 지각을 무의식적 추리라고 보는 데 대해 같은 프래그머티스트이자 심리학자였던 제임스는 이들 독일인들의 견해에 반대하여지각이 연상을 포함하며 연상이 넓은 의미에서 추리적임에 동의하지만, 현재의 기호와 그 기호가 제시하는 인접한 사건, 이 둘 사이의연합은 너무도 명백하여 그 둘을 중개하는 개념은 필요하지 않다고보았다. 이들보다 더 완강한 입장에서 보통 연상은 논리학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사고능력이며 추리에는 추리의 법칙이 있지만 연상에는 어떠한 제약도 없어 아무런 필연성도 없이 각 사람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주관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즉 추리는 하나의 사실에서 다른 하나의 사실이 추리되고, 후자의 사실이 전자의사실로부터 필연적으로 나오는 데 반해 연상이란 구름의 모양이 바뀌듯이 자유롭게 변해 가는 현상으로서 추리작용과 달리 보편성이나 객관성, 필연성을 갖는 규칙이 없다는 것이다. 추리한다는 것은어떤 규칙에 따라서 무엇을 생각해 내는 것, 즉 추리는 한 생각과 다른 한 생각의 관계를 한 명제와 다른 한 명제의 논리적인 관계로 파
악해 생각해 내는 것이지 마음속에 떠오르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퍼스는 지각이 넓은 의미에서 연상의문제로서, 지각에서 나오는 결론은 비록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지 않으므로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본다. 본질적으로 무의식적 추리는 논거와 의식적인 관련을 갖는다는 좁은 의미에서의 추리(reasoning)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위에서 분류했던 추리방식에서 무비판적 추리 역시 주요원리가 일정한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이 퍼스의 입장이다. 그 원리는 다만 추론에서처럼 명시적인 규칙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추리의습관이다. 그렇다면 추리의 습관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즉 추리의주요원리로서 대상의 이름을 어떤 특정의 특징들과 결합하는 습관이 우리로 하여금 1) 하나의 기호로부터 2) 다른 기호, 즉 해석체나가설로 나아가게 한다. 1)과 2)로부터 오는 주장은 그 자체가 하나의 추리인데 다만 주요원리가 분석적인 추리를 위한 규칙이 아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