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사학적 장치를 통한 이데올로기 형성과정: 수사학과 이데올로기에 관한 기호학적 고찰에 대해서 지난 시간에 이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수사학적 장치를 통한 이데올로기 형성과정: 수사학과 이데올로기에 관한 기호학적 고찰
앞으로 살펴보게 되겠지만 에코는 이러한 수사학, 그러니까 온갖형태의 속임수적인 선전선동 대중설득뿐 아니라 소위 철학적 언명들도 모두 수사학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 담론이라고 본다. 물론 이들 이데올로기적 담론들은 동일한 유형의 기호생산 방식을 지닌다. 이때 그가 말하는 이데올로기적 담론이란 “하나의 논거방식, 즉 개연적인 전제들을 사용하고 주어진 의미의 장에서일부분만을 고려하면서도 마치 진정한 논거를 개진시키는 양하고그럼으로써 그것이 지닌 전체 의미론적 체계의 모순적 본성을 은폐하고 그 자신의 견해만을 유일하게 가능한 결론인 양 제시하는 그런논거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태도는 소박한 수신인을 속이기 위해 송신인이 교묘하고 냉소적으로 채택한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송신인 그 자신이 그런 편향된 사고의 희생양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기호학은 전통적인 의사소통방식이 그 핵심에 내포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문제성에 대한 정면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더불어 이데올로기가 근본적으로 정치적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반동으로 일어나는 기호학도 불가피하게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을수 없다. 즉 이데올로기가 선호하는 신화 소비의 성향과 효과가 무엇인지 밝혀내려 하므로 기호학적 분석은 ‘정치적 행위’가 된다.그리하여 에코는 이데올로기적 담론의 문제가 전체 의미론적 체계의 구조에 시사점을 줄 것이라 기대하면서 그 이데올로기적 담론을 형성하는 메커니즘으로서의 수사학적 조작의 삼 단계(논거발견술, 논거배열술, 표현술)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에코의이러한 수사학적 장치에 대한 고찰은 홍미롭게도 기호 외적 조건들을 배제하고 메시지 자체 내의 이데올로기 의미형성과정의 가능조건을 살펴보는 현상학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2.논거발견술(inventio)
그러면 과연 어떤 기호학적 과정을 통해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만들어지는가? 에코는 이데올로기가 형성되는 과정을 아리스토텔레스또는 아리스토텔레스식의 고전수사학에서 말하는 수사적 기술 5가지 논거발견술(inventio), 논거배열술(dispositio), 표현술(clocutio), 암기술, 발표술 중에서 앞의 세 가지를 통해 제시한다. 이 기술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일종의 유기체로서 논거발견술에서 발표술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인 구조화과정이 강조된다는 점에서 수사적 기술을 구성하는 능동적이고 조작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암기술과 발표술은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이동하면서 희생되고 또한 고대 이후의 수사학 발전에 자양분을 준 것이 세 부분이기에 에코 역시 이들 세 가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라틴어 ‘inventio’는 창조적이라기보다는 추출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논거발견술이란 이미 공론화되어 있는 논거들의 저장고에서 논증을 추출하고 또 논증을 이끌어 내서 활성화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즉 여기서 문제는 어떤 주장(광고나 캠페인)이 주제들을 어떻게 추출하었으며 또 추출혜 낸 주제들을 어떤 논거에 의존해서 펼쳐 가고 있는가이다. 논거발견술은 크게 논리적인 측면과 정감적인 측면으로 나누어진다. 이는 수사학의 주된 기능이 설득이라고 볼 때 그것은 논증과 감동의 두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수행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사학의 목표인 설득의 기능에 도달하는 방식들은 합리적인 방식들일 수도 있고 정감적인 방식들일 수도 있다.수사학에서는 이성과 감정, 합리적인 것과 정감적인 것을 서로 분리시키지 않으며 그 전체 속에서 고려하고자 한다 ……. 설득이란,특히 설득의 대상이 불특정 다수, 익명의 대중일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이성적인 판단이 아닌 감정적 상태에 호소함으로써 이루어지는경우가 많다.
따라서 수사학이 지니는 이러한 정감적 차원에서 수사학은 이데올로기, 광고, 선전 등 설득의 전략과 만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전수사학은 인간의 제반 정서들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파토스)보다는 논리적으로 추론하고사유할 수 있는 능력(로고스 또는 논증)을 강조하면서 논리적 체계가 설득의 기술에서 중요하다고 봄으로써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학문으로서 수사학의 위상을 정립하고자 한다.
이에 반해 앞서 보았듯이 프렐망의 새로운 수사학은 수사학의 의사소통적 차원을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논증이란 공리(axiomes)에근거해서 결론을 이끌어 내는 증명(demonstration)과 구분되며, 또한의사소통하는 상호 개인들 밖에서 진행되는 논리적 추론으로서의논증 개념과도 구별된다. 따라서 논증(argumentation)이란 주체의 간섭 밖에서 전개되는 순수한 논리적 추론 영역의 연역적 추론이 아니라 듣고 있는 사람들의 동의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전제에 근거하는 화자와 청자 간의 상호작용을 필요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