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리즈적 사유 (la pensee serielle)와 구조적 사유(la penseestructurale)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시리즈적 사유 (la pensee serielle)와 구조적 사유(la penseestructurale)
『부재하는 구조」가 나오기까지 에코가 접한 구조주의는 주로 야콥슨(Jacobson)과 레비-스트로스(Levi -Strauss)의 것이다. 따라서 특히에코가 그의 초기 저작활동을 통해 공격하고 있는 구조주의는 주로 레
비-스트로스를 향해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날것과 익힌 것』 서문에서 자신이 ‘구조적 사유’와 ‘시리즈적 사유’라고 이름 붙인 두가지 문화적 태도를 비교하면서 시리즈적 사유를 비판하고 있다. 여기서 시리즈적 사유란 일반적으로 아방가르드 예술과 현대의 실험적인 모든 태도와 경향을 가리키는 실험적 음악 시학의 토대가 되는 철학을 일컫는다.
따라서 에코가 보기에 시리즈적 사유란 단순히 방법론적 태도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열련 예술작품의철학인 셈이다. 한편 구조적 사유란 시리즈적 사유와 대립적인 입장으로서 인문과학에서 구조주의적 연구방법의 기저에 있는 철학적입장을 의미한다. 에코는 레비-스트로스가 검토하고 있는 이 두 가지 사유들, 즉 구상음악(la musique concrete)과 아방가르드 음악의기저에 놓인 사유들을 메타 분석하면서 구조주의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시리즈적 사유, 곧 열린 예술작품의 철학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면 시리즈적 사유와 구조적 사유 간의 차이는 무엇이며 어떤 면에서 대립되는가? 한편 그 두 사유 간의 공통성은 없는가?
우선 레비-스트로스가 비판하고 있는 시리즈적 사유란 新음악쁜만 아니라 아방가르드와 현대의 실험주의적인 모든 태도와 경향을 겨냥하고 있으며, 열린 구조적 실재들을 생산한다. 에코가 보기에 레비-스트로스의 비판은 현대의 서구 문화가 중세 이후 원형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간주해 온 형식체계와 기대체계에 도전하려는 모든예술 형태를 철저하게 불신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반면 구조적 사유는 구조적 법칙을 다룬다. 더불어 이 두 가지 사유는 단순히 서로 상이한 방법론적 태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관을 대변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레비-스트로스는 구조주의적 방법의 대표자중 한 사람으로서 현상들 자체의 본질보다는 현상들 간의 관계들과이 관계들이 속해 있는 체계를 내세운다. 그에 의하면 문화의 다양한 측면들은 많은 요소들 사이의 관계, 그 구조적 요소들로 환원될수 있는 구조적 요소들, 즉 요소들 사이의 대립, 상호관계, 교환(치환), 변형이라는 관계들로 환원될 수 있다. 그는 특히 「날것과 익힌 것』 서문에서 구조적 사유가 인간 공동의 정신적 구조를 인식하고 있으며, 음악과 신화는 그것을 듣는 사람들에게 바로 그 공통적인 정신적 구조를 환기시키는 문화형태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모든 음성학체계처럼 모든 음조체계 (tout systeme tonal)는 다조음이든 무조음이든(polytonal ou atonal) 물리적이고 생리적인 특성들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 “
이에 반해 시리즈적 음악은 음계의 음표들 간의 특정한 관계체계를 정당화하는 생리적이고 자연스런 토대가 있다는 이러한 가정과믿음을 거부한다. 그러므로 음표들은 각각의 음들이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갖는 관계들의 총체적인 체계에 의해 규정되며, 따라서 작곡자는 곡의 매개변수를 자유롭게 골라 쓸 수 있다. 에코가 보기에 레비- 스트로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구조적 사유는공동의 정신적 구조를 인식하므로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규정요소를 의식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유물론적 사고방식이다. 이에 반해 시리즈적 사유란 공동의 정신적 구조를 드러내 주는 음조체계를 제거하고 스스로를 정신의 의식적 산물로 자임하므로– 정신의 절대적 자유를 주장하며–당연히 관념론이다.
에코가 볼 때 구조주의자들은 언어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이 오래전 미대륙을 발견한 후에 언어나 다른 사회체계가 민족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항상적인 상수(常數), 즉 항상적인 구조, 모든 다양한 체계들을 발생시킬 수 있는보편적인 분절체계를 발견하고자 한다. 이렇게 보편성(universals)을 인식하려는 경향을 띠고 있는 구조적 사유와는 달리 시리즈적 사유는 보편적인 것이란 단지 역사적인 현상으로서 거짓 또는 의사(擬似) 보편들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에코가 보기에 인간의 공동의 구조인 음조체계를 주장하는 것은 수 세기 동안 청취자의 감각법칙과 생리학적 구조에 기반을 둔 음조체계가 가장 자연스럽다는 순진한 믿음에 기반을 둔사고방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공간적으로 서로 다른 문화는 서로 다른 법칙을 갖고 있듯이 하나의 음조체계의 법칙은 실상 특정한 시기의 문화적 관습을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