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해석체와 무한기호작용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해석체와 무한기호작용
이렇게 운동하는 그의 기호개님은 사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논의하는가 하는 경우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강조점을 가지고 다양하게 표현된다. 그가 대상(object)이라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여서 항상그 기호의 외연이나 지시체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the’와 같은 경우). 해석체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도 마찬가지이므로 부출러(Buchler)는 대상을 기호의 넓이라고 보고, 해석체는 그 기호의 깊이라고 본다.
퍼스에 따르면 기호가 기호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의 설명, 번역 혹은 해석, 즉 해석체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해석체란 ‘가능한 해석체’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실제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하나의 기호에 대한 해석체는 심리적으로번역되든 아니면 언어적으로 번역되든 그 자체로 하나의 기호로서,동시에 동일한 대상에 대한 기호일 수 있으며, 다른 해석체에 의해번역될 수 있다. 이 다른 해석체는 또한 동일한 대상에 대한 기호일수 있으며, 또다시 다른 해석체를 가질 수 있고 이런 식으로 모든 기호는 무한한 해석을 할 수가 있으며, 이들 해석체들은 동시에 각각동일한 대상에 대한 기호이기도 하다. 이렇게 해서 무한기호작용(unlimitedsemiosis)이 일어나며, 이 무한기호작용이란 곧 기호들의 끝없는 자기 생산과정이다. 기호의 이러한 자기생성적 본성(self-gencrating nature of sign)이 퍼스 기호학의 핵심이다.
또한 퍼스에게서 기호를 심리적기호와 심리적이지 않은 외적 기호로 구분할 때, 심리적 기호는 곧하나의 사유 혹은 인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외적 기효는 쓰인 단어나몸짓 혹은 다른 물리적인 표현도구를 말하는 것으로서 여기에는 언어기호와 자연기호 혹은 물리적 징후들이 있다. 그러므로 하나의 기호에대한 해석체는 심적인(mental) 것이라고 보고 때로 해석체를 사유와 동의어로 쓰곤 한다. 따라서 기호는 어떤 마음에 의미를 갖게 되고, 따라서 해석체는 해석자(interpreter)를 함축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해석체는 일련의 반응에 대해 대응하고자 하는 해석자의 성향이기도 한 것으로서, 기호작용(semiosis)은 사유 혹은 사고기호로서 한편으로는 대화적인 의미, 즉 기호로서 행위하는 사유와 해석체로서 행위하고 있는 또 다른 기호 간의 대화로 전개되고 있다퍼스는 해석체를 여러 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우리의 관심은 그 종류보다는 해석체가 실은 상정논법적 추리의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는 3절에서 하나의 인식 혹은 사유(즉 기호)가 또 다른 인식이나 사유로부터 추리된 것임을 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또 다른 사유로부터추리된 인식 혹은 사유가 곧 해석체로서, 상정논법적 추리의 결과가곧 전제(이전의 인식 혹은 사유로서)의 해석체인 것이다. 따라서 앞에서 사용했던 용어를 다시 사용하자면, 모든 지각판단은 다른 어떤것의 해석체, 특히 상정논법적 해석체이다. 그러므로 기호는 해석체A (또 하나의 기호)를 낳고, 다시 해석체 A는 해석체이자 기호로서 B를 낳고 다시 해석체 B는 해석체 C를 낳는 기호 생성은 사실은 모든 단계가 이전의 단계 안에 들어 있으며 미래의 의미를 규정하는합리적인 과정이다.
특히 이런 점에서 퍼스의 기호학은 퍼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데리다의 해체와 다르다. 위의 해석체 개념에서 보듯이 퍼스에게 있어 의미는 기호 안에 들어 있으며, 기호학이 의미와 해석의 이론이라한다면, 해체는 텍스트의 어떠한 내재적인 의미도 거부하며, 의미는오히려 데리다가 말하는 차연의 무한한 과정에서 다시 만들어진다. 즉 기호를 넘어서, 텍스트를 넘어서,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 해체이다. 더구나 데리다에게 있어서 기호는 그 대상과 의미로부터 해방되고 나서 모든 논리적인 구문(syntax)을 해체한다.
그 결과 해석과 전(全) 기호적 영역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이에 반해 퍼스는 기호학과논리학을 거의 동일시하고 있으며, 기호적 생성에서 하나의 기호(사유)는 이전의 사유로부터 추리된 것, 즉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안에 있다고 본다.에코는 퍼스의 해석체 개념이 지시체의 형이상학이 아닌 문화현상에 대한 과학을 가능하게 해 준다고 보고, 이를 다음과 같은 서로 다른 형태로 받아들인다.
- a) 해석체는 /개/라는 단어에 대응해서 한 마리의 개를 그리는 방식으로 다른 기호체계에서 등가의 기호전달체일 수 있다.
- b) 해석체는 ‘이와 같은 모든 대상들’과 같은 보편양화 중의 한 요소를 의미하면서 하나의 대상을 가리키는 지표일 수 있다.
- c) 해석체는 /소금/을 염화나트륨이라고 부르듯이 동일한 기호체계를 통해 과학적(혹은 소박한) 정의일 수 있다.
- d) 해석체는 /개/가 ‘충성심’을 의미하듯이 이미 확립된 부가의미 (connotation)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감정적 연상일 수 있다.
- e) 해석체는 하나의 단어를 다른 언어로 번역이거나 그 동의어에 의한 대체일 수 있다.
여기서 에코는 기호의 생성을 지배하는 원리를 다루는 기호 생산이론으로서의 퍼스기호학을 해석체라는 개념을 통해 구조주의 기호학의약호이론과 통일시킬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한다. 즉 해석체란 개념이 곧기호운반체의 기저의미(denotation)와 부가의미(connocation) 영역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기호의 지시적이고 의사소통적인 측면을 간과하고 있는 구조주의 및 언리학(glossematics)과 퍼스의기호학은 서로 다른 대상 혹은 영역에 대한 방법론으로 전개되고 있어 양자를 비교하거나 통일시키는 작업이란 지극히 어려워 보인다.
그러면 이렇게 무한기호작용을 낳는 해석체는 하나의 특정한 기호에 대해 상정논법적 추리를 행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무한한해석을 추리해 내는 것인가? 앞으로 우리는 에코가 이러한 해석체의무한기호작용은 해석 후은 추리가 행해질 때의 원리적인 작용일 뿐실제로 하나의 특정한 기호가 해석되려면 그 추리라는 줄기가 미로처럼 뻗어 나가는 백과사전적 그물망 안에서 기호작용이 행해지며,따라서 그 결과가 어떠한가를 5절의 백과사전과 6절의 은유에서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