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전의 백과사전적 특질에 대해서 두번째로 배워도록 하겠습니다.

1. 사전의 백과사전적 특질
이 수형도에서는 인간과 신뿐만 아니라 말과 고양이도 서로 구별될 수 없다. 인간은 죽음을 면치 못하지만 신은 그렇지 않다는 면에서 인간과 신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죽음을 면치 못함은 바로 인간의 차이를 나타내는데, 이 수형도는 바로 이 차이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에코는 차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연, 차이(종차)그리고 특질을 주의 깊게 구별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우연은 정의를 내리는 데 요구되지 않으며, 특질 또한 종에 속하기는 하지만정의를 내리는 데 요구되지는 않는다.
결국 차이만이 정의를 생산하는 데 필요하다. 그런데 차이는 주어(이 경우는 주체)로부터 분리될 수 있고(뜨거움, 움직임, 아픔처럼), 이러한 뜻에서 그것들은 단순한 우연들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분리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것들 중몇몇은 매부리코처럼 분리불가능하지만 여전히 우연적이다. 그러나 이성적임, 죽음을 면치 못함, 그리고 지식을 가질 수 있음 등처럼 주체자체에 혹은 본질적으로 속하는 차이들이 있다. 이것들은 그 종의 정의를 형성하기 위해 유에 더해지는 종차(specifica differentiae)이다.다음으로 에코는 (그림 1)의 난점을 보완해 인간과 신의 차이를보여 주는 또 다른 포르피리우스 수형도를 가정해 본다.
이 수형도는 앞서의 것과 달리 인간과 신과의 차이는 보여 주지만인간과 말과의 차이는 보여 주지 못한다. 인간과 신을 구별하는 것은 필멸적/불멸적이라는 차이이다. 그러나 말과 인간은 둘 모두 필멸적이므로 이성적/비이성적이라는 차이에 의해 구별된다. 따라서필멸적/불멸적이라는 차이는 이성적 동물의 분할소가 아니라 동물의 분할소이거나(이 경우 인간과 신의 차이를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휴은 이 차이는 한 번은 이성적 동물 아래에서와 비이성적 동물 아래 둘 다에서 나타나거나 해야 한다.
그러므로 동일한 차이가 보다 많은 종을 함축할 수 있고, 차이들의 동일한 쌍의 두 가지 이상이 속들 아래 나타날 수 있으며, 차이들의 서로 다른 쌍들이 많은 속들 아래에서 이의적으로나 분석적으로동일한 명칭을 사용하여 재현할 수 있다. 에코는 이렇게 열린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수형도를 공식화시킨다.에코에 의하면 이 수형도에서는 아주 흥미 있는 특징들이 나타난다.
첫째, 여러 가지 새로우면서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자연적 종류들(예를 들어 무형적 생물로서 비이성적 실체들)이 발견될 수 있고정의될 수 있는 가능한 세계가 재현될 수 있다.
두 번째, 이 수형도는 소위 속과 종이란 것이 다만 인간이 차이들의 분리들에 의해 구분되는 매듭들을 부르는 명칭일 뿐임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예를들어 ‘감각적’이라는 차이를 /생물/에 부가함으로써 합성되는 단계의이름이 /동물/로서 우리는 이를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또한 그 /생물/이란 ‘생명 있는’과 ‘유형의’가 합쳐진 합성물의 명칭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에코가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바는 유는 결국 차이들의 덩어리일 뿐이며, 유와 종들은 그 수형도의 진정한 본질 그리고그 수형도가 재현하고 있는 우주의 본질을 덮고 있는 언어적 유령일뿐이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속성들에 종(종이란 유와 종차의합이므로)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면 마찬가지 이유로 유들 역시 소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유 역시 그 본질은 순수한 차이들의세계일 뿐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에 따르면, 필멸적인 것이 이성적이라거나 비이성적인 것이 유형적 물체라고 예언할 수 없다. 따라서 더 이상 단 하나의 계층적이고 순서 지어진 구조란 있을 수 없다.그 결과 이 수형도는 끊임없이 다시 다듬어지고 재배열될 수 있다.즉 ‘필멸적’이 ‘이성적’을 반드시 포함하지는 않는데 왜 ‘필멸적’을 ‘이성적’ 위에 둘 수 없는가? 아니 오히려 이 수형도는 자유로이 재조직화할 수 있다. 여기서 모든 유에 대해 동일한 선택의 자유가 성립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삼각형을 그것의 각에 따라 나누어 직각삼각형과 그렇지 않은 삼각형으로 나눌 수도 있지만 그 변에따라 나누어 이등변삼각형과 변의 길이가 각각 다른 삼각형을 구분할 수도 있다.
에코는 이상의 다양한 수형도를 통해 차이들이 우연이며, 그로 인해 우연들은 그 숫자에 있어서 무한할 수밖에 없거나 최소한 한정지을 수 없음을 보여 주고 있다. 결국 차이들은 에코가 보기에 성질(우연)들이며, 유와 종들이 보통명사로 표현되는 반면, 차이들은 형용사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그것들은 실체들의 수형도와는 다른 수형도에 속하게 된다. 즉 유와 종들의 수형도나 실체들의 수형도는결국 차이들의 먼지로, 다시 말해 무한한 우연들의 소용돌이 속에서성질들의 무계충적인 그물망 속으로 확산된다. 이렇게 해서 차이를 도입하게 되자 포르피리우스 수형도는 사전의 특질을 잃어버리고백과사전이 된다. 즉 사전은 세계조직의 조각들이 잠재적으로 비질서적이며 무제한적으로 퍼져 있는 은하수 속으로 잠겨 버리게 된다.다시 말해서 사전은 하나의 백과사전이 되며, 사실상 사전은 하나의 위장된 백과사전이었던 것이다.